반짝반짝 빛나는 민낯의 필수 요건
결론은 BB 크림, 스팟 컨실러, 자외선 차단제이다.
최근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영화 배우 김하늘이 세안하는 장면과 세안한 후의 민낯이 공개되면서 “민낯 종결자”라는 타이틀로 여러 매체를 달굴 정도로 깨끗한 민낯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피부과 문을 두드리는 환자분들의 주된 화두도 “두꺼운 화장을 벗어버리고 싶어서..” 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메이크업을 하나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자신있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여자는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칙칙한 안색이나 다크 써클, 모공 등이 있지만, 약간의 커버만으로도 피부가 깨끗해 보이는 정도..이것이 피부과 치료의 목표이고 지향하는 바이다. 즉, BB 크림만으로 피부가 깨끗해 보인다면 다들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메이크업 전문가가 말하는 동안(童顔) 피부 표현법도 얇은 화장에 있다고 한다. 즉, 여기저기의 결점들을 가리려고 두껍게 화장할수록 얼굴은 더 커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민낯이라면서 공개한 여러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이 사실은 BB 크림 정도는 발랐다는 사실 혹은 소문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화장을 한 듯 안한 듯한 화장법의 유행과 연예인 민낯 공개 열풍을 타고 BB 크림이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또한 동안(童顔)이 미(美)의 절대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10대 소녀부터 60대 남성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 개씩은 갖게 된 것이 BB 크림인 것이다.
BB 크림은 1960년대 독일 슈라멕이라는 코스메틱 회사에서 “블레미쉬밤”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블레미쉬 (Blemish : 흠, 결점, 얼룩, 여드름) 밤 (Balm : 연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피부과 치료 후에 진정, 염증 완화, 재생 등의 목적으로 개발된 화장품인 것이다. 여기에 시술 후의 자국을 가려주는 파운데이션과 같은 효과도 있어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이나 박피 후 많이 쓰게 된 것이 효시이다.
BB 크림에는 알란토인, 판테놀, 비사보롤 등의 성분이 대개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알란토인은 여러 식물 뿌리에서 추출되며,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완화 시키는 진정 역할을 한다. 판테놀은 프로비타민 B5로 일컬어지며 세포 성장 을 촉진시키고 수분 함유력을 증가 시키는 보습제의 역할을 하고, 비사보롤은 카모마일 꽃에서 추출한 진정 성분이다.
최근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함유한 BB 크림, 주름 개선 기능을 함유한 BB 크림 등 다양한 종류의 BB 크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BB 크림이 만능은 아니다. 심지어는 BB 크림을 바르고 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오히려 피부에는 독이 될 수 있다. 피부 타입에 맞는 BB 크림을 선택해야 하고, 아무리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장시간 외부에 있을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제도 덧 바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철저한 클렌징은 기본이다.
피부과 여의사인 내가 BB 크림을 애용할 때는 크게 두 가지 경우이다. 첫 번째 경우는 퇴근 후, 혹은 오프인 날 집에 있는데, 밤에 엄마들이 집 근처 주점에서 번개 모임을 열 때이고, 두 번째는 외국 여행시 장시간 비행 후 내릴 때이다.
집에 있을 때는 화장은 하나도 하지 않고. 무릎이 헤진 트레이닝복으로 애들하고 뒹굴고 있을 때가 많다. 이럴 때 빨리 술집으로 나오라는 엄마들의 긴박한 전화가 오면 갑자기 밤에 두꺼운 화장을 하고 나가는 것도 우습고, 시간도 아깝고. 그럴 때는 눈가의 잡티와 콧구멍 주위의 늘어난 붉은 혈관은 스팟 컨실러로 가볍게 눌러주고 그 위에 BB 크림을 펴 바르면 끝이다. 그러면 “엄마는 피부과 의사라서 그런지 화장을 하지 않아도 피부가 좋네.”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어찌됐든 피부과 의사라는 타이틀에 오점을 남기지 않고,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진 엄마들끼리 동네 주점에 모여 아이들이 속 썩이는 얘기, 영재, 천재라는 저 너머 다른 집 아이들 얘기, 선생님 얘기 등으로 시끌벅적 이야기꽃을 피우며 응급 회식을 즐길 수 있는 비법이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할 경우에는 아예 기초 화장과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고 공항으로 가거나 화장을 했었을때는 미리 공항에서 세안을 하고 비행기를 탄다. 기내에서는 철저한 클렌징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10시간이 넘는 경우에는 클렌징 오일과 토너를 차례로 화장솜에 묻혀 한 번 더 클렌징을 하고, 딥클렌징 및 보습 효과가 있는 시트 타입의 마스크 팩을 20분 정도 해준다. 마스크 팩을 떼고 나선 토너와 에센스만으로 정리해주면 된다.
비행기 안에서 하얀 마스크 팩을 붙이고 있는 나를 보고 처음에는 아이들은 “엄마! 누가 보면 귀신인 줄 알겠어요?”하고, 남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남들이 흉 봐.” 라는 반응을 보이더니 이제는 의례 그러려니 한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내 피부는 내가 지켜야 하니까..나는 소중하니까..
내리기 직전 스팟 컨실러와 BB 크림, 자외선 차단제를 가볍게 바르면 깨끗한 민낯 피부 완성!
글 : 리더스피부과 명동점 장경애 원장